논문 초록
Research Article

중세 문헌에 드러난 언어인식과 국어교육의 전사(前史) — 영·정조 실록과 《사소절》을 중심으로

조희정

조선대학교

발행: 2013년 1월 · 46호 · pp. 183-214

DOI: https://doi.org/10.20880/kler.2013..46.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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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논문은 중세의 문헌을 분석함으로써 우리의 중세 사회 속 ‘언어인식’을 고찰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는 조선왕조실록 중 영조 실록과 정조 실록을 자료로 삼아 ‘언어’라는 표지가 드러나는 텍스트의 전후 맥락을 검토하여 중세 문헌 속에서 단어 ‘언어’가 지시했던 의미망을 재구함으로써 조선 사회의 ‘언어 사용에 대한 의식적인 지각 및 감수성’을 확인하였다. 이어 조선 후기 규범서인 «사소절» 속 ‘언어’ 교육의 내용을 검토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언어’로 지시된 대상은 1차적으로 ‘말’, 즉 구어(口語)를 가리킨다. 실록 내에서는 ‘언어’와 자주 결합되는 단어들이 있어 일정한 의미 계열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언어-문자-행동-법적 실행-임금의 시범’으로 확장되는 계열체의 구도를 갖춤으로써 ‘언어’는 사람의 행동, 정책의 시행, 윤리적 시범 등과 대비되고 있다. 이는 ‘말’이 지닌 내부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말’이 운용되는 외부 시스템에 대한 관심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중세에는 “‘언어’, 즉 ‘말’이 무엇인가?”라는 ‘언어’의 정체가 아니라 “‘언어’는 무엇을 하는가?”와 같은 ‘언어’의 역할에 보다 주목하였던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영·정조 실록 속 ‘언어’에 대한 인식이 ‘언어’의 역할에 대한 관심과 생활 속 언어 규범에 대한 관심 등으로 드러날 때, 이러한 언어인식은 자연스럽게 규범서와 연결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덕무(1741~1793)의 «사소절(士小節)» 속 <언어> 편을 검토하였다. «사소절»<언어> 편에서는 다음의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말하고 듣기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찾아볼 수 있다. 원론적 입장을 담은 제언은 그리 많지 않다. 둘째, 구체적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들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 상황 속 말하기와 듣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말을 하고 들어야 하는 언어 상황으로 전제되어 있다. 말하고 듣는 목적은 생략된 채 말하고 듣는 방법이 구체적 지침으로 제시되었다. 셋째, 말을 하고 듣는 긍정적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대체로 금지의 내용이 많다.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 세 번째 특징이 혼합된 항목이 많다는 점이다. 구체적 의사소통 상황 속에서 말을 하거나 들을 때 금지 사항은 상대방 청자 혹은 다른 화자를 배려하는 말하기와 듣기로 구체화되고 있다. «사소절» <언어> 편의 내용은 말을 통한 의사소통 상황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 예절로 집약되는데, 이는 중세 사회의 사대부 계급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요소로 ‘말’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중세 사대부의 ‘언어’에 대한 관심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얼마나 정확하게 담아내느냐와 같은 표현론적 문제가 아니었다. 이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언어’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중세 사대부가 ‘언어’에 대해 가졌던 언어인식의 핵심적 측면이며, 이로 인해 중세의 ‘언어’ 교육은 관계를 맺고 유지할 때 소용되는 ‘말’에 대한 교육에 집중하였던 것이다. 중세의 ‘언어’에 대한 감수성은 ‘언어 체계’가 아니라 ‘상황을 고려한 언어의 사용’, ‘생활 속에서 요구되는 언어 규범’으로 향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키워드: 언어인식조선왕조실록말[구어]사소절사대부언어규범언어예절